簡介：
김보민 작가는 자신의 존재에서 출발하여 공간 속에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자아와 세계의 연결에 집중합니다. 작가의 메시지는 존재가 본질에 앞서는 실존주의 철학의 명제에 근접하며, 그 표현 기법은 색면으로 이루어진 배경 위에 현대인의 외로운 존재를 반영한 도시 풍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 관계 속에서 느끼는 감정, 그리고 그 감정에 대한 기억을 온전히 캔버스에 기록하고자 합니다. 작가는 공간을 기하학적 평면으로 단순화하고, 작은 크기로 묘사된 인간을 중심으로 식물, 동물, 사물들을 배치합니다. 그 결과, 도시의 고층 빌딩 사이를 걷는 인간의 크기의 비례가 그대로 반영됩니다. 작품 속 인간의 뒷모습은 일상의 반복되는 고민을 견뎌내는 외로운 현대인에게 다가갑니다. 등장인물들은 어딘가를 바라보며 걷고 있습니다. 작가의 시점은 등장인물들의 뒤쪽에 위치합니다. 인물들은 자코메티의 조각처럼 인간의 고독과 존재를 느끼는 듯하며,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단면으로서의 접근 방식을 숙고하는 침묵의 모습을 보인다. 걷는다는 것은 존재함을 의미하며, 응시한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실존주의자들에게 인간은 존재 그 자체이며, 존재함은 그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다양한 형태나 단순한 선으로 건물을 최소한으로 표현하지만, 관람객은 그 형태를 공간의 존재로 인식한다. 색채는 시시각각 변하는 작가의 감성의 표현일 수 있다. 흑백처럼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현재의 감정과 정서를 담은 색채가 적용되었다. 작품은 세련되고 따뜻한 색감과 대담하고 직설적인 공간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안을 채우는 세밀한 묘사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작가는 인간, 식물, 동물을 생략하고 오직 공간만을 묘사한다. 인간의 불안한 존재를 색면 추상으로 단순화함으로써, 색채와 형태를 통해 텅 빈 공간으로서의 존재를 상징화한다.
작가는 제목을 정하는 것 또한 작품의 일부이며, 관람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들",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 "거꾸로 내리는 비처럼"과 같이 작품에 부여된 짧고 시적인 제목들은 작가의 사유와 문학적 감각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작품의 제목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상상력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조미료와 같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에게 불안은 존재를 드러내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하이데거에게 불안은 인간이 존재 전체로부터 사라지는 경험입니다. 인간은 죽음에 직면합니다. 하이데거에게 현존재는 시간의 끝이 아니라 유한하게 존재합니다. 불안을 경험하는 생명체로서, 작가는 앞으로 어떤 형태와 색깔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어떤 주제로 관람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합니다.
